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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자료

기고문 - 5월 17일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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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13회 작성일 22-05-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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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차별금지법

성소수자 활동가 서유

 

우리에게 매년 517일은 상징적인 날입니다. 한국의 위치에서는 슬프고 괴로운 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17, 매년 광주에서는 축제가 열립니다. 정확히 말해서 축제의 형태를 띈 장례식입니다. 1980518, 광주광역시에는 518민중항쟁이 있었고, 민주주의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국가 폭력에 의해 죽고 다쳤습니다. 광주는 매년 그 날을 기억하고자 노력합니다. 아직까지 광주에는 해당 국가폭력에 희생된 가족들이 생존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에 반해 국가폭력으로 인한 학살의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고, 이에 막중한 책임이 있는 당시의 대통령 전두환 씨가 사죄 없이 사망했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광주의 시민들이기에, 그들은 끝까지 518일을 기억하는 전야제를 치룹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서울에서 사건이 터졌습니다. 16517, 서울 강남 번화가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했습니다. 가해자는 '약자'인 여성을 타깃으로 여성화장실에서 무고한 피해자를 찾다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습니다. 해당 사안을 알게 된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명백한 여성혐오 사건이었습니다. 가해자는 그저 자신보다 약한 대상인 여성이기만 하면 살해할 생각이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나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면 피해자였을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날 이후로 매년 해당 날짜에 피해자에 대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국제 아이다호 데이입니다. 1990517, 세계 보건기구는 국제질병 준류를 개정해 '동성애'를 정신 장애에서 제외하고 '성적 지향이 병리적인 문제가 아님'을 명시했습니다. 퀴어 정체성은 치료 받거나 전환 되어야할 대상이 아니며, 누군가의 삶일 뿐이라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표받았습니다. 이후 이를 기념하며 매년 517일에는 국제적으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국제 아이호 데이'로 삼고, LGBTIQ 등 무수히 많은 퀴어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먼 이야기일 뿐입니다. 전국에서 열리는 퀴어 행사는 매번 혐오 세력의 반대에 부딪힙니다. 커밍아웃을 하더라도 가족과 친구에게 차별적인 말을 들으며 관계가 단절될 위기에 처합니다. 학교나 직장 등 사회적 활동을 해야 하는 필수적인 공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517, 해당 날짜에 일어난 위의 세 사건이 동떨어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광주민중항쟁 이후 우리는 국가 폭력에 저항했으며,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은 젠더 폭력, 국제 아이다호 데이는 퀴어에 대한 폭력에 대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저 시간이 흐르고 국경을 넘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약자들에게 각종 폭력이 쏟아지고 있을 뿐입니다.

특히나 국제 아이다호 데이는 성소수자 활동가로서 많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저는 해당 날짜를 축하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겐 사회적인 장벽이 있습니다. 인종, 장애, 성별, 성정체성, 성지향성 등 개인의 정체성을 가진 무지갯빛 사람들이, 그저 그들이라는 이유로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나 최근 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집권하며, 앞으로의 나날은 더디고 어려울 것으로만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한국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다양한 약자들이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입니다. 지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411일부터 해당 법 제정 요구 단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지 2007년 이후 1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상태입니다.


그러나 더이상의 차별과 혐오로 인한 폭력은 이어져선 안됩니다. 517일이, 광주 시민이면서 여성이면서 성소수자인 제가 웃게 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국제 아이다호 데이를 기억하며, 미래의 차별금지법 제정 기념일을 희망합니다. 같이 관심을 모아주시고 응원해주세요. 저희와 함께 행동합시다.

감사합니다.

 

출저